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11화 공작 저택은 별세계였습니다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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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햐아……."

 정문부터 저택의 입구까지가 멀다.
 
 저택이 눈에 보이는데, 영빈관이라고는 하지 않겠지만 전에 살고 있던 지구(地區)에 문화재로써 남아있는 르네상스 식의 구(旧) 공작 저택을 방불케 하는 서양식 건물이, 그곳에 있었다.
 
 역시 이 세계는 진짜 귀족 사회구나아… 하고, 마음속 깊이 그렇게 생각한다.
 
 신분과 돈이 모든 것을 의미할 것 같은 그런 세상에서 독립을 하기까지는 꽤나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인지 먼저 마차를 내린 에드발드가 아무 말없이 손을 내민 것이 에스코트의 신청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데 잠깐이지만 시간이 걸렸다.
 
"………."

"……죄송해요. 제가 살던 나라에는 그러한 습관이 없어서 몰랐어요."

"……아니다."

 그렇게 말해서일까 에드발드도 딱히 불쾌하게 느끼지 않은 듯했고, 내가 마차를 내리기 위해서 내밀어진 손바닥에 내 손가락을 살며시 겹치자, 그 손가락을 아주 자연스럽게 감싸 쥐듯이 손으로 잡고 앞쪽으로 유도했다. 
 
"……윽."

 아니아니 에스코트라니!
 저는 건방진 소리만 지껄이던 일반 시민인데요!?
 
 내심이 어떻든 간에 귀족으로서의 예절을 소홀히 하지 않는 건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서오십시오, 주인님(旦那様)."

 반걸음 앞에서 손을 이끌리듯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현관 홀, 계단 아래 부근에 있던 여러 명의 시녀, 종복이라고 하는 복장을 한 남녀가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에드발드가 현재 몇 살이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스오우 전기〟안에서는 29살이었을 테니 비슷한 나이기는 할 것이다.
 그래도 위엄있게 끄덕이는 걸 보면 이미 모셔지는 게 익숙한 것처럼 느껴졌다.
 
 공작의 신분은 폼이 아니구나.
 아주 조금, 잘난 듯이 날카롭게 말해서 미안하다고…생각하지 못할 것도 아니다.
 물론 그런걸 티 낼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세르반."

"예, 주인님."

 에드발드가 말을 걸자 늘어서 있던 사람들 중 하나가 소리도 없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준비는 되어있나."

"예, 조금 시간이 부족하여 간이적이긴 하겠습니다만, 편히 쉬시기에는 충분하리라 생각됩니다."

"아아. 성녀 마나의 언니분이다. 실례 없도록 모두에게 전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일반 시민이라니까요!
 
 그렇게 외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기분 탓인지 에드발드의 등 뒤로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라."는 기운이 풍기고 있었기에 섣불리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응, 저는 분위기 파악을 할줄 아는 여자랍니다.
 
"주인님,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아, 소환 의식 때문에 나도 그녀도 그럴 새가 없었다. 있는 것으로 상관없으니 간단하게 준비를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옷은 이국의 이 옷뿐이다. 오늘은 부탁했던 대로 기존 옷으로 상관없지만 내일에라도 재단사를 부르도록."

"그렇게 말씀하실거라 생각하여, 이미 준비해두었습니다."

"그럼 됐다."

 끼어들 틈도 없이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다.
 
"저기……."

"그럼 좀 있다 다이닝 룸에서 보지."

"………네."

 나는 멍하니 재상 각하를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          *          *

"드레스……."

 안내된 방은 두 방이 이어져 있다고 할까 고급 호텔의 스위트 룸에 비견될 만큼 넓었고 침실의 침대는 캐노피가 달린 킹 사이즈에, 시트류 역시 대충 봐도 최고급으로 보였기에 당황스러울 정도였지만 노크와 함께 여러 명의 시녀가 지참한 양복을 보고 눈까지 점으로 변했다.
 
 와인레드색의 벨로아 원단인 점에서는 침착한 분위기가 있어 괜찮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슴 부분이 크게 파여있는 넥라인이나, 손 안의 파고다 슬리브 부분에는 금색 자수가 존재감을 어필하듯 세세하게 박혀있어 도저히 "가벼운 식사"를 하기 위한 의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애초에 볼 일이 없는, 말하자면 별세계가 눈 앞에 눕혀져 있다.

"급히 준비한 것이라 취향에 맞지 않은 부분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만큼 얼굴이나 피부를 꼼꼼히 손질해드릴 생각이니 부디 안심해주시길."

 제일 연상으로 보이는 여성이 그렇게 말하면 머리를 숙이지만 식사에 드레스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내 입장에서는 그저 경련이 섞인 미소를 띨 수 밖에 없었다.
 
"……아뇨……저야말로. 제 탓에 예정에는 없던 일을 하시게 된거나 다름없으니까요, 애초에 저택 내에서 하는 식사에 이 옷이 필요한 건가 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아가씨께선 이국에서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습관의 차이가 있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만, 저택 주인의 배려로 받아주셨으면 저희로써는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사양하려고 하는걸 눈치챘는지, 혹은 그렇게 나올 거라고 에드발드에게서 미리 들었는지, 반대 의견을 내기 힘든 말을 했다.

 강요하는 것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역시, 제가 너무 억지를 부리면 혼나는건 여러분이겠죠……."

 포기하듯이 내가 한숨을 내쉬자 의외로 "아뇨."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주인이 무표정인 탓에 다들 쉽게 오해를 하십니다만 저희들 사용인을 불합리하게 화내시거나 하신 적은 정말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를 제외하곤 한 번도 없습니다. 이국에서 막 오시게 되어서 불안하다고 느끼시는 부분도 있을 거라 들었습니다. 이 이데온 공작 가는 아가씨를 충분히 지켜드릴 만큼의 힘이 있사오니, 부디 안심하고 저희들에게 모든 것을 맡겨주십시오."

"………불안."

"갑작스레 모르는 곳으로 오게 되어 불안하지 않을리가 없고 모든 걸 의심하고 있을 테니 충분히 케어해주도록, 이라고 하셨습니다." 

"……윽."

 나는 무심코 굳어버렸다.
 
 재상 각하, 무자각 츤데레였나요.
 
 깜빡 동요할뻔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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