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재상 Side] 에드발드의 갈등 (後)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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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윽……."

 위 속 내용물은 이미 다 토해냈을 텐데 몸 전체를 누비고 있는 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독약에 대한 내성은 공작가 당주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번 미약은 꽤나 강력했다는 것일까.
 
 나는 도저히 잠들지를 못하고 침대 커버를 강하게 움켜쥐면서 어떻게든 주의를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 열심히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다.
 
 재상실에서 자신을 찾아왔던 그 달콤한 목소리.
 분명 "에드발드 오라버니"라고….
 그렇다면 세르반이 말한 것은 아마도 사실이다.
 누군가가 왕궁에 툴라・오르센 후작 영애, 혹은 그 부친도 포함해서 초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례 보고서에는 없는 의상 비용"의 존재를 의심했다는, 레이나 양.
 
 횡령이라면 누군가가 눈치챈다.
 그렇다면 그건, 누군가가 선물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레이프 전하의 파벌이라고 어째서 그녀는 생각한걸까.
 
 그녀는 아직──무언가를 알고 있다.
 성녀도 모르는 이 나라의 근간에 관련된 무언가를.
 
 깨닫고 보니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르반이 입힌 가운이 흐트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벗어나 방 안에 있는 옆 방과 이어져있는 문 앞에 서있었다.
 
 여태껏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애초에 "부부의 침실을 잇는 문"이기에 이 문에는 잠금장치가 없다.
 상대가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책상이나 의자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문을 막아두는 방법 말고는 없다.
 
 아마도 지금까지 나도 그녀도 "그러한 대상"으로써 상대를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문을 막는다는 발상이 서로에게 없었다.
 
 그렇기에 손쉽게 옆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기 전에 술을 마신…건가?)

 내가 일찍 쉬라고 못을 박은 탓이겠지. 아마도 욘나 쯤이 건네주었을 것이다.
 남은 양을 보아하니 술을 마시지 못하는건 아닌가.
 분명 19살이라고 했으니 단순히 기회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푹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그녀의 눈매에 명백한 다크서클이 생긴 것을 보았을 때에는 매우 놀랐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테이블 끝과 끝에 마주 보듯이 앉아있었기에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디르크・바렌트 백작 영식에게서 오래된 무명천이 원재료라는 종이가 보내졌을 때에는 성녀 소환의 준비가 한창이라 솔직히 말해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버린 상태였다.
 세르반이 그녀에게 공부용으로 종이를 건넨 것은 제삼자의 사용 감상을 첨부하면 어떨까 하고 그저 우연히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것이 제품으로써 더욱 개량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고, 지금에 와서는 바렌트령의 새로운 특산품, 세금 수입으로써 기대가 가능할 정도로 계획이 정리되고 있을 정도이다.
 
 내가 국정과의 겸무를 보는 이상, 각 영주들도 그렇게 빈번히 왕도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녀는 여러 가지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그 대신에 자신의 수면시간을 반납했다.

 여기와는 다른 세계에 있었을 때에도 나라에서 제일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식사와 잠잘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그다지 망설임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자세에 경의를 품음과 동시에 좋든 싫든 그 노력의 결정을 자신이나 나라가 안이한 동기로 박살 내버린 것이라고 절감하게 된다.
 
(나에게 무엇이 가능하지?)

 공작 저택에서 적어도 의식주를 보장하려고 하니, 그녀가 살던 나라의 속담으로 "일숙일반의 은혜"라고 하는 말이 있다면서 그저 비호 아래에 들어가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는다.
 
 여동생과 이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절실히 바라는 그녀에게, 이 나라에 대한 집착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나의 비호 아래에 들어와, 이 나라로부터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을 항상 우려하고 있다.
 내가 언젠가 아예 태도를 바꿔서 그녀를 왕궁에 속박하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마음속으로는 나를 완전히 신용하고 있지 않다.
 
 그 사실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초조함을 내 마음속에 낳고 있었다.
 
 수많은 귀족 영애들이 내가 아닌, 그 맞은편에 있는 "공작부인"의 지위만을 보고 있다고 알고 있더라도, 그게 당연하다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눈에 내가 전혀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각 이상으로 내 안에 깊은 상처를 만들고 있다.
 이 세계에 살아가기 위해 내 옆에서 "공작 부인"의 지위를 바란다면 얼마든지 내줄 수 있는데도, 그것조차도 그녀에게는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게 한다.  
 
 침대에 직접 앉아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져보아도──그녀는 아직 눈을 뜨지 않는다.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자기 전에 술까지 마셨으니 꽤 깊이 잠들어 있는 거겠지.

 머리카락에서 뺨으로.
 뺨에서 입술로. 
 
 엄지로 스윽하고 입술을 따라 매만지다가──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윽."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닿은 입술의 부드러움에 욕망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아직 몸에 남아있는 미약이, 자신의 추악한 감정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끄집어내려고 하고 있다.
 
"레이나……."

 침대 커버를 벗겨내어 그녀의 양손을 머리와 가깝게 고정시키면서 네글리제를 벗기고는, 위에서 덮듯이 다시 입맞춤을 반복한다.
 
내 것이라고 주장하듯 목이나 가슴에 키스 마크를 몇 개나 만들어둔다.
 
"똑같이 미약에게 농락당할 거라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그대를 원한다…… 레이나……."

 그래 이미 미약은 단순한 계기다.
 지금은 나라에게도 그녀를 건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나를 봐주었으면 한다. 그 눈동자에는 나만을 비추었으면 해.
 
 그것이 재상으로서, 공작가 당주로서, 공직자라는 가면 너머에 계속 숨겨왔던, 미약에 의해서 꺼내져 버린 내 본심이었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

 한 번 드러난 본심을 다시 덮어둘 수는 없다.
 
 하지만.
 
"……윽, 정신 차리세요! 에드발드・이데온!!"

 그녀는 어디까지나 내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짜…악! 하고 뺨에 작은 통증이 생기고──나는 망연하게 팔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뺨을 상기시키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미약 같은 것에 흔들리면 어떡하나요!? 그래서야 이후에 위태로워서 마음 놓고 왕궁에 둘 수가 없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그녀는.
 
"나로는 안된다고……?"

"아니에요! 당신이 싫다던가 그런 소리를 하는게 아니에요! 앞으로 점점 당신 주변은 위험해질텐데 이런 곳에서 쓰러지지 말라는 거예요! 이게 상대가 오르센 후작 영애였다면 어떻게 됐을거라 생각하나요!?"

"그래서 나는 전이문으로 저택에 돌아온거다!"

 정신을 차려보면 나도, 나답지 않게 소리치고 있었다.

"만약 해독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 저택에는 완화제가 있다. 물론 그건 마셨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미약이 내 본심을 꺼냈다. 말했겠지, 나는 그대를 원한다고!"

"미약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고 기뻐하는 여자가 있을거라 생각하나요!?"

"……윽."

"나를 당신이 가진 『나약함』의 변명으로 삼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외친 그녀는 그대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마도 마신 술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 테지.
 
 그래도 그렇게 대답할 만큼의 강함을, 결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강함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응… 읏… 싫어…."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 그대로 살며시 끌어안았다.
 
"미안하다……더는, 이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이니 싫다고 말하려던 그녀의 말이 사라졌다.
 
"그러니까 적어도…… 약 기운이 빠질 때까지는…… 이대로……."

 ──반론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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