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14화 충견 2호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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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님, 기다려 주십시오! 알리기도 전에 앞서 가는 건 하지 말아 주세요!"

 욘나 씨의 제지를 뿌리치다니 상당한 강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로비로 들어온 남성이 그대로 성큼성큼 내 앞까지 걸음을 옮겼다.
 
"하항…  에드발드가 드레스를 주문하고 싶다길래 서둘러서 와봤는데……."

 호기심으로 가득 찬 시선을 받는 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다.
 대개는 "소가와 마나의 언니"라서 기대를 하고, 꾸미지 않고, 수수한 나에게 실망한다──까지가 정해진 패턴이기 때문이다.
 
"그렇군, 그런가. 녀석의 취향은〝원석〟이었나! 이건 만드는 보람이 있겠어… 라기보다 아무렇지 않게 어려운 일을 떠넘겼구만, 변함없이!

 만드는 보람이라고 말하는 걸 봐서는 이 남성이 재단사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친해보이는 말투이기는 하다만.
 
 그보다 이 사람──눈이 웃고 있지 않다.
 
 단순히 마나와 나를 비교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성녀의 언니"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확인하러 온 눈이다.
 
 그런가요. 여기에도 에드발드 신봉자, 시몬 2호가 있었군요.
 
"드레스의 재단을 하는 가게의 직원 분이신가요? 갑작스러운 이야기라 죄송합니다. 수수한 사람을 나름대로 완성시키는건 프로 분이라도 힘들겠죠. 그렇다고 해서 적당히 해도 괜찮다고는 할 수 없으니… 당신에게도 전문가의 긍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재… 에드발드 님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사이에서 적절히 밸런스를 취해 주신다면 상관없습니다."

"!?"

 우선 가볍게 잽을 넣어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드레스로 꾸미는 것에 원래부터 흥미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 분야의 프로에게 "대충해도 된다."는건 모욕 행위일 테지.
 
 그러니까 "에드발드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이라고 말해뒀다.
 수수한 여자를 난잡하게 꾸미는 것보다는 훨씬 작업하기 편할 것이다.
 
 나로서는 그렇게 말해서 미리 타협을 위한, 도주로를 만들어둘 생각이었던 것이 어째선지 상대는 "아니, 난 그렇게 말할 생각이…."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내 근처에 있던 세르반이 비뚤어지지도 않은 안경을 들어 올리며 가볍게 숨을 들이쉬었다.
 
 …아, 이거 설교 코스구나.
 알고 지낸지 아직 짧다지만 그건 알 수 있었다.

"우선 헤르만 님. 방금 전에 욘나도 말씀드렸겠지만, 도착을 알리기도 전에 먼저 로비에 들어가다니 귀족의 저택을 방문할 때의 매너로서는 절대 해서는 안됩니다. 심지어 방금 전 당신의 말만 들어보면 레이나 님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드레스를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말씀한 걸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주인님의 학원 동창이시니 저희도 웬만한 일에는 눈을 감고 있습니다만 이 이상은 슬슬 출입 금지를 건의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윽… 아니, 그……."

"그리고 레이나 님. 혹시 이전에 어느 분께 『수수』하다고 들은 경험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건 필요 이상으로 레이나 님이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그 분의 고식적인 방법입니다. 본래의 레이나 님은 어제 저녁식사 때의 모습이 전부입니다. 그걸 수수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을 정도랍니다. 당신은 공작가의──에드발드 님의 소중한 손님입니다. 필요 이상의 비하는 공작가의 품위로 이어지니 부디 삼가 주십시오."

 그렇구나.
 내심은 어떻든간에 내가 한 번 "수수"하다고 해버리면 에드발드의 평판으로도 이어지는 건가.
 그래서는 "여자를 피하기 위한 부적"역할도 도저히 할 수 없겠지.
 
"……죄송해요. 경솔했네요."

"아뇨. 주제넘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거기 있는 어느 분과는 다르게 역시 이해가 빠르시군요."

 …뭐랄까 재단사의 정신이 팍팍 깎여나가고 계시네요.
 
"레이나 님. 그는 펠릭스・헤르만 님이라고 합니다만… 왕도에서도 왕궁에 드레스의 납품이 허가되어 있는 점포는 극히 일부입니다만, 그중에 한 점포의 주인겸 디자이너입니다. 안제스국의 귀족 연감에 관해서는 추후에 배우시겠지만 헤르만 후작가의 여섯째 아들로 독립해서 귀족적을 떠나 지금의 점포를 설립했습니다. 경력만을 듣으면 상당히 훌륭한 인물입니다만……."

"아아……."

 나는 따로 평을 하지않을 생각이었지만 시선으로 살짝 표현해버렸을지도 모른다.
 헤르만이 털썩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큭… 나는 아직 원석을 처음부터 갈고닦는 건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기쁨이지만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응, 살짝 성격이 유감스럽네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표정은 무척 기뻐보인다.
 
 그거네요, 재상 각하의 S속성에 이끌린 마도히스트씨.
 
"그만큼 에드발드 님에게 신뢰받고 계신다는 거겠죠? 그럼 저도 당신을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맡길 테니, 잘 부탁드려요."

 에드발드의 신뢰, 를 앞에 내세워 말을 걸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튕겨 나오듯 얼굴을 들었다.
 
"아아, 맡겨둬라! 미안하게 됐군, 역시 에드발드가 선택한 여자다! 공작 저택에 쳐들어오는 육식 영애들을 단숨에 입다물게 만들만한 드레스를 만들어주지! 다른 누구도 아닌 에드발드가 바라는 일이기도 하니 말이야!"

"……잘 부탁드립니다."

"……훌륭한 솜씨입니다, 레이나 님."

 내 딱딱한 말투도 질렸다는 듯한 세르반의 목소리도, 이미 헤르만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감이 좋은 세르반은 내가 "에드발드의 신뢰"를 내세워 디자인이나 원단에 관한 상담 시간을 싹둑 잘라버리고 다 떠맡긴걸 눈치챈 것 같으니까, 그런 의미로 말했겠지.
 
"레이나 님은 이쪽에서 치수를 재주십시오. 그 사이에 저와 욘나가 너무 특이하거나 선정적인 디자인이 되지 않도록 최저한의 선은 그어두겠습니다."

"……네."

 세르반, 욘나 씨.
 …두 분 다, 눈이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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