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34화 지뢰가 있었던 것 같네요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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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 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무리해서 술을 권해드리는 바람에……."

"레이나 님, 정말 죄송합니다. 주인님께서 미약의 영향을 받고 돌아오신 시점에서 욘나에게 방 사이의 문을 막아두도록 지시했어야 했습니다."

 욘나도 세르반도 90도를 훨씬 넘을 기세로 머리를 숙이고 있다.
 
 처음에 조심스레 나를 부르는 욘나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나도 "아, 깨우러 와줬구나"라고 머릿속 한구석에서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뒤에 무언가가 무거워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것을 깨달은 시점부터 어제밤에 있었던 일을 한 번에 떠올린 내가, 슬쩍 눈을 떠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얼굴인 창백해진 욘나와 세르반이 거기에 서있었다.

 미약의 영향이 미지수이기에 무리해서 깨우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기 때문에 욘나가 살며시 에드발드의 밑에서 나를 당겨서 꺼내는 모양새가 되었고, 거기서 옷을 입기까지의 사이에는 세르반은 예의 바르게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레이나 님…… 그… 이건 역시……."

 옷을 입히면서 묻기가 어렵지만 묻지 않고 넘기기는 어렵다는 말투로 묻는 욘나를 보고,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문득 욘나의 시선이 몸 전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흩어져있는 붉은 흔적을 향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내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그렇다기 보다 나도 지금 막 눈치챘다.
 뭐야 이 대량의 키스마크!?
 
"엣, 아? 잠깐 욘나! 욘나가 상상하고 있는 것 같은 일은──미안해요, 술의 영향으로 완전히 잠들어버렸던 탓인지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목소리가 되어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맛있어서 너무 마셨다고 생각해요…….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은 감각에… 한밤 중에 분명 누군가가 방에 들어와서 내 위에 무거운 짐을 올려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움직일 수도 없었긴 했지만──"

"아앗, 아뇨, 알겠습니다! 알았으니까 부디 그만 그쯤에서……!"

 그 뒤에 에드발드가 거기에 있던 것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욘나가 어째선지 비통한 표정을 띠며 그걸 막았다.
 
"술과 미약이 터무니없는 상승효과를 낳아버린 사실은 잘 알았습니다! 확실히 저희 사용인 일동, 주인님과 레이나 님께서 잘 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건 결코 이러한, 서로가 동의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었단 말입니다……!"
  
"욘나?"

 내 옷입기를 마치고 욘나는 나를 소파에 앉히면서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르반을 다시 불러 한 두 마디,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 도중에, 조금 있다가 이번엔 세르반이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그 결과가 앞에 있었던, 두 사람이 하고 있던 무릎을 꿇을 기세의 사죄인 것이다.
 
"저기, 그것보다도 그 미약에 대해서 물어도 좋을까요!?"

 이대로는 끝이 없을거라고 나는 화제를 내 쪽에서 에드발드 쪽으로 강제로 전환했다.

"정말 해독제는 없는건가요? 완화제 만으로 어떻게 되는 정도인가요? 이대로 눈을 뜨지 않는다던가 그런 일은──"

""레이나 님…….""

 마치 "자신은 괜찮다"고 말한 것처럼 들렸겠지.
 세르반과 욘나가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아마도 분명 에드발드 님께선 화를 내실거라 생각하지만… 나와는 원래 입장도, 짊어진 책임도 다르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고요? 당신들은, 당신들의 주인을 우선시해도 괜찮으니까요. 그러니 그 약의 성분이나 출처를 확인 가능한지 바로 조사해 주지 않겠어요? 실은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독이라던가가 섞여있었다거나 하면 곤란하잖아요."

"그건…!"

 에드발드는 아직 내 방의 침대에서 잠들어 있다.
 그런 에드발드에게 시선을 던지면서 두 사람 다 표정을 구기고 있다.
 
 아무리 그것이 사실이라도 어느 정도 양심의 가책이 따르고 있음이 틀림없다.
 
"욘나. 나 숙취를 해소하는데 좋은 수프가 먹고 싶은데요."

 평소의 나라면, 내어지는 음식에 의견을 말한 적도 없고, 좋고 싫음을 확실하게 말한 적도 없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임팩트가 있었을 것이고 내 의도도 잘 전해졌을 것이다.
 
"레이나 님──"

"욘나, 괜찮아요. ……괜찮은걸."

"……읏."

 내가 그 이상은 입을 다물듯이 고개를 젓자, 욘나도 포기한 것이겠지.
 그럼 최고의 스프를, 이라는 말을 남기고서 방 밖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주인님께서도 아직 눈을 뜨지 않으셨으니…… 아침 식사는 이쪽으로 준비해드릴까요, 레이나 님."

"그러네요, 부탁할게요. 의외로 수프의 향기로 눈을 뜰지도 모르겠어요."

 구태여 가벼운 말투로 끄덕이는 나에게 세르반도 한숨을 한 번 쉬는 것으로 모든 것을 넘겼을 것이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욘나를 뒤따르듯 방을 뒤로했다.
 
"……내가 화를 낸다고 생각한다면 어째서 그런식으로 말을 한거지."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졌을 쯤, 침대 쪽에서 낮고 짜증이 담긴 목소리가 나를 향해 던져졌다."
 
 역시 도중에 깨어나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구나.
 
"저래서는 그대가 내 지위와 입장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존엄이 상처 받은 사실을 묻었다고… 그렇게 말한거나 마찬가지다. 나를 그걸 긍정할 것 같은 비겁한 인간으로 만들고 싶은건가? 그대는 그 정도로까지 이 세계로 소환해버린 나를 증오 하──"

"아뇨, 그건 달라요, 에드발드 님."

"하지만!"

 몸을 반쯤 일으키고 거친 목소리로 말하는 에드발드를 진정시키듯이 나는 느긋하게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이미 어떻게 하지도 못하는 일을 가지고, 이제와서 미워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윽."

 일부러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 에드발드의 눈은 아니나 다를까 상처를 받은 듯한 기색이었다.
 그건 이미 뒤덮을 수없는 사실일 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슬슬 깨달아줬으면 좋겠다.
 오히려 이 이상은 동정받는 쪽이 견딜 수 없을 정도다.
 
"말씀드렸겠죠? 앞으로 점점 당신 주변은 위험해져요. 이런 일로 쓰러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이죠. 그게 전부랍니다."

"위험…이라는건…대체, 무엇을 알고……."

"저는 아무 것도 모른답니다, 에드발드 님."

"레이나!"

 이미 에드발드 안에서는 한 발자국 물러선 입장에서의 "레이나 양"이 아닌 거겠지.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그 이상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감출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결코 미약 때문에 흔들린 감정이 아니다.
 미약과 술을 핑계로 없었던 일로 만들려고 한다면 도망치게 두진 않겠다, 고.
 
 나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그것을 받아들일만큼의 각오는 나에게 없다.
 
 그러니까 돕는다. 그러니까 플래그는 전부 박살 낸다.
 
"정말로, 저는 아무 것도 모르는걸요. 제가 하려고 하는 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 그저, 그뿐이랍니다."

"………그런가."

"!?"

 얼버무리는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땅을 기는 듯이 낮게 깔린 목소리에 무심코 움찍, 몸이 굳어져 버린다.

"그렇다면 나는, 진심으로 그대를 손에 넣기 위해 움직이겠다. 다소 주위가 위험해진다한들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 괜찮겠지?" 

"무슨… 에드발드 님!?"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쓰러질거라고, 상당히 나를 바보 취급하고 있더군. 그럼 그걸 내가 먼저 쓰러뜨려 버린다고 해도 뭐가 이상하지? 먼저 시비를 걸어온다면 철저하게 부순다는 주의다. 각오해두도록."

"───"

 어라!?
 
 아무래도 에드발드의 키를 다른 방향으로 꺾어버린 것 같다.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 지금 한 말의 대체 어느 부분에 지뢰가 있었던거야? 가르쳐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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妹が聖女?それがどうかしました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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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33화 한 대 쳐도 괜찮을까요 -두번째-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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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나 정도의 "꿈꾸는 소녀"까지는 아니라지만, 키스도 그 뒤도 연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혀를 휘감는 듯한 깊은 입맞춤을 몇 번이고 반복하고 내 것이 아닌 "남성의 손"이 온몸을 훑는 듯한 짓을 고백도, 사귀기도 전에 내 몸에 닥칠거라고, 누가 생각이라도 했을까.
 
(그대를 원한다)

 그것이 미약 때문이 아니었다면 기뻤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코 에드발드・이데온이라고 하는 남성을 증오하거나 싫어하지도 않았다.
 이 세계로의 소환에 한 손 거들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그의 탓이 아니다.
 내가 처음 그에게 저지른 행위는 단순한 화풀이었을 뿐이다. 그건 알고 있다.

 그렇기에 미약 때문에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상그리아 비스무레한 것의 영향은 아직 내 안에 남아있다.
 그래도 나는 이대로 당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윽, 정신 차리세요! 에드발드・이데온!!"

 나는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눈을 뜨고 들어 올린 오른손으로 에드발드의 뺨을 후려쳤다.
 
"미약 같은 것에 흔들리면 어떡하나요!? 그래서야 이후에 위태로워서 마음 놓고 왕궁에 둘 수가 없잖아요!!"

 에드발드는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말하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무척 중요한 이야기였다.
 
 내버려 두면 그는 점점 안제스 추방 루트로 끌려가 버린다.
 
 적어도 망명한 뒤에 암살당하는 플래그만큼은 꺾어두지 않으면 안 되기에 그 이전부터 이런 함정 따위에 빠져서는 곤란한 것이다.
 
"나로는 안된다고……?"

 자신이 거절당했다고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에드발드에게 나는 말을 덧붙인다.
 
 기세를 몰아 아예 "공작 각하"에 대한 경어가 어디론가로 사라졌지만 이미 늦었다.

"아니에요! 당신이 싫다던가 그런 소리를 하는게 아니에요! 앞으로 점점 당신 주변은 위험 해질 텐데 이런 곳에서 쓰러지지 말라는 거예요! 이게 상대가 오르센 후작 영애였다면 어떻게 됐을 거라 생각하나요!?" 

 …"싫진 않다"고 말해버린 시점에서 나도 좀 그렇다고는 생각하지만.

 오르센 후작 영애에게 질투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 수상쩍은 발언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술김이란게 여러 가지로 무섭다.
 
"그래서 나는 전이문으로 저택에 돌아온거다!"

 냉정 침착이 포인트인 철벽 재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외침에 나는 무심코 눈을 감았다.
 
"만약 해독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 저택에는 완화제가 있다. 물론 그건 마셨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미약이 내 본심을 꺼냈다. 말했겠지, 나는 그대를 원한다고!"

 에드발드의 눈이 풍기는 분위기가 본 적이 없을 정도의 색기를 띠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진심이다.
 
 다시 다가오려고 하는 에드발드에게, 무서워진 나는 무심코 외쳐버렸다.
 
"미약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고 기뻐하는 여자가 있을거라 생각하나요!?"

"……윽."

 아냐 달라, 이래서는 단순한 연애 싸움이잖아!
 정신 차려, 나!
 
 움찔하는 에드발드에게 더욱 다그쳤다.
 
"나를 당신이 가진 『나약함』의 변명으로 삼지 말아 주세요!" 

 미약에 흔들리는걸 보고 "나약함"이라고 하는게, 사실은 심한 소리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흔들리지 않았으면 했다.
 
 이대로 계속해버린다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후회만 남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상그리아 비스무레한 것에 의한 두통과 현기증은 에드발드가 만약 나를 다시 안으려고 한다면,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다.
 
"응… 읏… 싫어…."

 그러니까 에드발드가 얼굴을 들이밀고 다시 입술을 겹쳐왔을 때, 나는 반쯤 각오하고 있었다.
 
"미안하다……더는, 이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하지만 뜻밖에도 에드발드는 그 이상의 행위는 하지 않고 그저 나를 끌어안았다.
 
"그러니까 적어도…… 약 기운이 빠질 때까지는…… 이대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을 하는 대신 살며시 에드발드의 등으로 손을 돌려──그대로 의식을 놓았다.
 
*          *          *

 전날에 철야한 나를 조용히 자게 두려고 사용인들이 신경 써서, 일부러 2층에 올라오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에 이 상황이 벌어져도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다.

 에드발드의 침실도 평소에는 종으로 세르반 등을 부르는, 혹은 복도로 이어지는 문이라면 여는 순간 그 진동이 사용인들의 방으로 전해지게 되어 있기에 조용하다면 그저 방에서 쉬고 있을 거라고 여겨졌다.
 
 무엇보다 두 사람 다 여태껏 방 사이를 잇는 문을 사용할 것 같은 내색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문의 존재조차도 모두의 머릿속에서 거의 잊히고 있었다.
 
 아침이 되어서 침실에 에드발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세르반에게도 내 방을 확인해본다는 발상이 그 당시에 조금도 없었기에, 순간 왕궁으로 돌아갔다고 착각한게 먼저였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는 욘나가 나를 깨우기 위해서 방으로 들어왔을 때였다.
 
 평소에는 모두에게서 신뢰받고 있는 베테랑 시녀장이 방 입구에 놀라서 꼼짝도 않고 가만히 서있는 것을 보고 에드발드를 찾고 있던 세르반도 그제서야 겨우 주인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둘 모두 잠옷도 속옷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심지어 에드발드는 나를 위에서 덮듯이 껴안은 채로 놓질 않았다.

 오해를 하지 말라고 하는게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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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 Side] 에드발드의 갈등 (後)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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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윽……."

 위 속 내용물은 이미 다 토해냈을 텐데 몸 전체를 누비고 있는 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독약에 대한 내성은 공작가 당주로서 다른 사람들보다 있는 편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이번 미약은 꽤나 강력했다는 것일까.
 
 나는 도저히 잠들지를 못하고 침대 커버를 강하게 움켜쥐면서 어떻게든 주의를 다른 곳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 열심히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다.
 
 재상실에서 자신을 찾아왔던 그 달콤한 목소리.
 분명 "에드발드 오라버니"라고….
 그렇다면 세르반이 말한 것은 아마도 사실이다.
 누군가가 왕궁에 툴라・오르센 후작 영애, 혹은 그 부친도 포함해서 초청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례 보고서에는 없는 의상 비용"의 존재를 의심했다는, 레이나 양.
 
 횡령이라면 누군가가 눈치챈다.
 그렇다면 그건, 누군가가 선물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레이프 전하의 파벌이라고 어째서 그녀는 생각한걸까.
 
 그녀는 아직──무언가를 알고 있다.
 성녀도 모르는 이 나라의 근간에 관련된 무언가를.
 
 깨닫고 보니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르반이 입힌 가운이 흐트러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벗어나 방 안에 있는 옆 방과 이어져있는 문 앞에 서있었다.
 
 여태껏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애초에 "부부의 침실을 잇는 문"이기에 이 문에는 잠금장치가 없다.
 상대가 들어오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책상이나 의자를 이용해 물리적으로 문을 막아두는 방법 말고는 없다.
 
 아마도 지금까지 나도 그녀도 "그러한 대상"으로써 상대를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문을 막는다는 발상이 서로에게 없었다.
 
 그렇기에 손쉽게 옆 방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기 전에 술을 마신…건가?)

 내가 일찍 쉬라고 못을 박은 탓이겠지. 아마도 욘나 쯤이 건네주었을 것이다.
 남은 양을 보아하니 술을 마시지 못하는건 아닌가.
 분명 19살이라고 했으니 단순히 기회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푹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오늘 아침 그녀의 눈매에 명백한 다크서클이 생긴 것을 보았을 때에는 매우 놀랐다.
 아침 식사 자리에서 테이블 끝과 끝에 마주 보듯이 앉아있었기에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디르크・바렌트 백작 영식에게서 오래된 무명천이 원재료라는 종이가 보내졌을 때에는 성녀 소환의 준비가 한창이라 솔직히 말해서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버린 상태였다.
 세르반이 그녀에게 공부용으로 종이를 건넨 것은 제삼자의 사용 감상을 첨부하면 어떨까 하고 그저 우연히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랬던 것이 제품으로써 더욱 개량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고, 지금에 와서는 바렌트령의 새로운 특산품, 세금 수입으로써 기대가 가능할 정도로 계획이 정리되고 있을 정도이다.
 
 내가 국정과의 겸무를 보는 이상, 각 영주들도 그렇게 빈번히 왕도로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녀는 여러 가지 일을 뒤로 미루지 않고 그 대신에 자신의 수면시간을 반납했다.

 여기와는 다른 세계에 있었을 때에도 나라에서 제일인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식사와 잠잘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그다지 망설임이 없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의 자세에 경의를 품음과 동시에 좋든 싫든 그 노력의 결정을 자신이나 나라가 안이한 동기로 박살 내버린 것이라고 절감하게 된다.
 
(나에게 무엇이 가능하지?)

 공작 저택에서 적어도 의식주를 보장하려고 하니, 그녀가 살던 나라의 속담으로 "일숙일반의 은혜"라고 하는 말이 있다면서 그저 비호 아래에 들어가는 것을 좋게 여기지 않는다.
 
 여동생과 이 이상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절실히 바라는 그녀에게, 이 나라에 대한 집착이 전혀 없다.
 
 그러니까 나의 비호 아래에 들어와, 이 나라로부터 나가지 못하게 되는 것을 항상 우려하고 있다.
 내가 언젠가 아예 태도를 바꿔서 그녀를 왕궁에 속박하려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마음속으로는 나를 완전히 신용하고 있지 않다.
 
 그 사실이,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초조함을 내 마음속에 낳고 있었다.
 
 수많은 귀족 영애들이 내가 아닌, 그 맞은편에 있는 "공작부인"의 지위만을 보고 있다고 알고 있더라도, 그게 당연하다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눈에 내가 전혀 비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각 이상으로 내 안에 깊은 상처를 만들고 있다.
 이 세계에 살아가기 위해 내 옆에서 "공작 부인"의 지위를 바란다면 얼마든지 내줄 수 있는데도, 그것조차도 그녀에게는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매번 깨닫게 한다.  
 
 침대에 직접 앉아 머리카락을 가볍게 만져보아도──그녀는 아직 눈을 뜨지 않는다.
 어젯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자기 전에 술까지 마셨으니 꽤 깊이 잠들어 있는 거겠지.

 머리카락에서 뺨으로.
 뺨에서 입술로. 
 
 엄지로 스윽하고 입술을 따라 매만지다가──그대로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윽."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지만, 닿은 입술의 부드러움에 욕망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아직 몸에 남아있는 미약이, 자신의 추악한 감정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끄집어내려고 하고 있다.
 
"레이나……."

 침대 커버를 벗겨내어 그녀의 양손을 머리와 가깝게 고정시키면서 네글리제를 벗기고는, 위에서 덮듯이 다시 입맞춤을 반복한다.
 
내 것이라고 주장하듯 목이나 가슴에 키스 마크를 몇 개나 만들어둔다.
 
"똑같이 미약에게 농락당할 거라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그대를 원한다…… 레이나……."

 그래 이미 미약은 단순한 계기다.
 지금은 나라에게도 그녀를 건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나를 봐주었으면 한다. 그 눈동자에는 나만을 비추었으면 해.
 
 그것이 재상으로서, 공작가 당주로서, 공직자라는 가면 너머에 계속 숨겨왔던, 미약에 의해서 꺼내져 버린 내 본심이었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

 한 번 드러난 본심을 다시 덮어둘 수는 없다.
 
 하지만.
 
"……윽, 정신 차리세요! 에드발드・이데온!!"

 그녀는 어디까지나 내 상상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짜…악! 하고 뺨에 작은 통증이 생기고──나는 망연하게 팔 안에서 숨을 헐떡이며 뺨을 상기시키고 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미약 같은 것에 흔들리면 어떡하나요!? 그래서야 이후에 위태로워서 마음 놓고 왕궁에 둘 수가 없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는건가 그녀는.
 
"나로는 안된다고……?"

"아니에요! 당신이 싫다던가 그런 소리를 하는게 아니에요! 앞으로 점점 당신 주변은 위험해질텐데 이런 곳에서 쓰러지지 말라는 거예요! 이게 상대가 오르센 후작 영애였다면 어떻게 됐을거라 생각하나요!?"

"그래서 나는 전이문으로 저택에 돌아온거다!"

 정신을 차려보면 나도, 나답지 않게 소리치고 있었다.

"만약 해독제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이 저택에는 완화제가 있다. 물론 그건 마셨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지.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미약이 내 본심을 꺼냈다. 말했겠지, 나는 그대를 원한다고!"

"미약 때문에 그런 소리를 듣고 기뻐하는 여자가 있을거라 생각하나요!?"

"……윽."

"나를 당신이 가진 『나약함』의 변명으로 삼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외친 그녀는 그대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아마도 마신 술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 테지.
 
 그래도 그렇게 대답할 만큼의 강함을, 결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강함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응… 읏… 싫어…."

 그런 그녀에게 나는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 그대로 살며시 끌어안았다.
 
"미안하다……더는, 이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이니 싫다고 말하려던 그녀의 말이 사라졌다.
 
"그러니까 적어도…… 약 기운이 빠질 때까지는…… 이대로……."

 ──반론의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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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女の姉ですが、国外逃亡します!~妹のお守りをするくらいなら、腹黒宰相サマと駆け落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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妹が聖女?それがどうかしました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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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재상 Side] 에드발드의 갈등 (前)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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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영지에서의 정례보고를 받는 기간에는 재상실의 빈 방과 내 저택의 서재를 전이문이 임시로 이어 두고 있다.
 
 국왕에게서 허가를 남들 몰래 받고 이 시기에만 예외조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오르센…!"

 급히 봐야하는 편지만이 문 건너편에서 보내져 그걸 대충이나마 훑어본 나는 무심코 편지를 움켜쥐고 있었다.
 
 정말이지 폐만 끼치는 노인네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누구를 닮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에라도 당주 교체를 시키고 싶을 정도로 아들인 요아킴은 우수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바보니까"라는 이유만으로는 당주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시몬!"

 나는 빈 방에서 나가자마자 묵묵히 서류의 선별을 하고 있는 부관에게 말을 걸었다.
 
"내일 내가 비울 수 있는 시간대가 있나?"

"무리입니다."

 재상 부관 시몬・로베르트의 대답은 간발의 차도 없이 즉답이었다.
 
"내일은 기렌국의 외교관님께서 제2왕자의 안제스 방문에 관한 회의를 위해 방문하시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한들 시간은 내실 수 없습니다. ……혹시 또 친족 분의 연락 없는 방문입니까?"

 오르센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고 하는 입장을 면죄부인지 뭔지로 착각하고, 방문하겠다는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것들이 일정수 있기 때문에 시몬도, 적응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한숨을 토해냈다. 
 
"……모레 10시쯤이라면 조금 자리를 비우셔도 괜찮을겁니다."

"미안하군, 고맙다."

 특히 오르센에 관해서는 오랜 기간 거듭해서 쌓여서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대답 자체도, 과격해진 느낌이 있었다.

(저택에 대한 일을 모두 맡긴다──인가. 내가 했지만 무슨 소리를 한건지)

 성녀의 언니는 상상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서류의 내용을 미리 파악하는 것은 물론 부가가치를 더욱 늘릴 거라고, 대체 누가 생각할까.

 그리고 그녀는──나의 진짜 핏줄을 알고 있다. 
 여동생이 말했던 대로, 그녀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다.
 
 나와의 연담을 성립시키려고 용을 쓰고 있는 영애 그 누구도 그녀의 발 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복 동생이──디르크・바렌트가 그녀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어째선지 가슴속이 찌릿하고 아파왔다.
 
 왕궁에 가까이 가지 않을 뿐이라면, 어쩌면 바렌트령이라도 상관없을 거라고 말을 꺼낼지도 모른다.
 마음이 내킬 때까지 공작 저택에 있어도 좋다고는 했지만… 디르크에게는 보내고 싶지 않았다.
 
 최근 스스로도 자신을, 조절하기 힘들었다.
 
"각하…?"

"아니… 아무 일도 아니다. 조금이라도 모레 편할 수 있도록 먼저 서류를 정리해두는게 좋겠지."

 그렇게 묵묵히 시몬과 공무를 처리해서, 겨우 숨을 돌리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날이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너는 돌아가라, 시몬. 나도 가볍게 식사를 하고 뒷정리를 한 뒤에 오늘은 끝낼테니."

 내버려두면 시몬은 언제까지고 내 옆에서 일을 계속하려고 한다.
 이제 거의 끝났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으면 그는 돌아가지 않는다.
 
 열심히 타이르고 내가 식당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시몬을 돌아갔다.

 기본적으로 식당에는 밤에 근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24시간, 항상 출입이 가능한 체제가 갖춰져 있다.
 밤에는 공작 저택의 사용인들의 부담은 최대한 줄이려고 바쁜 시기에는 특히 이쪽 식당을 이용하도록 신경 쓰고 있다.

 듣자하니 그녀도 사용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싶지 않은 건지, 한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식사를 가지고 대부분의 밤 시간을 서고에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 정도이니 순식간에 여러가지 지식을 흡수할 수 있었을 것이고 사용인이라는 이유로 깔보지도 않는다. 자신과 가까운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느긋하게 풀코스를 먹고 있을 시간도 없기 때문에 빵과 스튜와 커피만을 마시고 재상실로 돌아왔을 즈음에 그 이변은 일어났다.
 
"큭…… 당했…다…!"

 바로 옆의 빈 방으로 달려들어가 가까운 곳에 있던 쓰레기통에 지금 먹은 모든 것을 필사적으로 토해낸다.
 
 곧장 방의 문을 잠궜더니 멀리서 자신을 찾는 달콤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나는 혀를 차고 망설임없이 전이문으로 공작 저택의 서재로, 이어서 방으로 돌아갔다.
 
"세르반! 거기 있나… 윽."

"──주인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렇게 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공작 저택 내에서 이름을 부르면 반드시 달려오는게 세르반이다.
 
"……방심했다 ……설마 왕궁 쪽에서 이런 시기에 미약을 탈 줄은…!"

 쥐어 짜내듯이 말하니 평소에는 냉정 침착한 가령이, 사악하고 낯빛을 바꾸었다.
 
"지금 바로 완화제를 조합하겠습니다!"

 기본적으로 미약에는 해독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발산시키면 그걸로 끝나기 때문에 해독제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는 탓에, 가성비가 나쁘다고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껏해야 있는건 완화제.
 최대한 증상을 낮추도록 억제할 뿐인, 마시지 않는 것보단 낫다고 할 수 있는 레벨의 물건이다.
 
"죄송합니다. 아마도 시기로 보면 본 가문에서 쫓겨난 것이나 다름없는 오르센 후작님과 툴라 님께서 벌인 짓일 겁니다. 북쪽 숙소에서는 머물지 않겠다고 떠나실 때에 토해내 듯이 말씀하시던 것을 조금 더 심각하게 생각했어야 했습니다."

 물과 완화제를 가지고 온 세르반에게 전이문을 일시적으로 닫아두도록 명령하고 나는 단숨에 약을 마셨다.
 
"레이나 님께서 그 두 분의 의상값이 정례 보고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의심하셔서 그 의상이 레이프 전하께 가까운 누군가로부터의 선물이 아닌가 하고 조사하셨습니다. 주인님을 폐하로부터 떼어놓고 싶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오르센 후작님을 포섭했다고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이 가능성을 주인님께 좀 더 빨리 알려드렸어야 했습니다."

"……레이나 양이……."

 그녀는 또 "일숙일반의 은혜"로써 무언가를 주려고 한 것일까.
 
 생각을 하고 싶었지만, 그 이상의 정욕이 자기자신 속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것 같아서 전혀 정리가 되질 않는다.
 눈치를 채고 대부분을 토해내긴 했지만 약의 영향은 역시나 아예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
 
"주인님, 오늘은 이만 생각하시는걸 그만 하시지요. 완화제라 해도 확실하게 중화가 되지는 않습니다. 부디 이대로 침실에서 누워주십시오. 내일 일찍 깨워드릴 테니, 그때 다시 오늘의 상황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아아."

 세르반의 어깨를 빌리면서 서재에서 침실로 이동을 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몸을 침대에 뉘였다.
 
"만약 지금보다 기분이 나빠지시거나 이변을 느끼셨을 경우에는, 사양마시고 불러주십시오. 물론 아침까지 이 침실에는 어느 누구도 접근시키지 않겠습니다."

"………부탁하지."

 원래라면 그대로 아침까지──미약의 갈등을 버텨내고 잠들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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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32화 미약×상그리아=루트 개방!?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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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옷의 비용에 대해서는 일단 보류해두기로 하고 다음에 보고서와 코르사주의 견본을 가지고 왔을 때 드레스를 받고, 가게 근처에 있던 카페에 들어가 보기로 정한 뒤에 오늘 일정은 마무리지었다.
 
"그 카페는 나라 안의 모든 초콜릿이 모여있다고도 해서 일반 시민부터 귀족까지 인기가 엄청 높은 카페라고 하더군요. 오늘은 이미 날이 저물어 버렸으니 무리겠지만 마담이 추천해줬으니 다음에 꼭 가보도록 하죠."

 이세계의 식사에 그다지 위화감이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았으니, 분명 초콜릿 카페도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공작 저택으로 돌아와서 청구서를 건네며, 저택을 나선 뒤에 있었던 일을 대충이나마 설명하니 어째선지 세르반은 미묘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에 한 번 더 마담・카를롯테의 가게로 디르크 님과 함께 가시는건 알겠습니다. 아마 거기까지는 주인님께서도 타협은 하실 거라 생각하니까요."

"……타협?"

"그렇지만 초콜릿 카페는 안됩니다. 아마도 디르크 님의 성격으로 보아,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건 레이나 님께는 무리이실 테니 적어도 주인님께는 들키지 않도록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조금 세르반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는데요."

"이해를 하지 못하셨더라도 지금은 상관없으니, 일단은 그에 대해선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이해를 잘 못한채로 세르반이 강한 어조로 말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럴 때에는, 섣불리 거스르지 않는 편이 무난하다고 생각한 나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레이나 님. 오늘 저녁은 식당에서 식사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레이나 님께서, 주인님께서 귀가하실 때까지 깨어계시는 것을 주인님께서도 아무래도 오늘은 좋게 보시지 않을 테니 지금 오르센 후작님께서 가지고 오신 서류와 이번 드레스 건에 대해 이야기를 맞췄으면 합니다. 업무 이야기를 하면서 식사를 한다는 매너로써도 별로 좋지 못한 것을 부탁드리는 모양새가 됐습니다만 오늘은 저도 욘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눈을 감으려 합니다."

 어제 철야를 했다는 사실을 에드발드 경유로 저택의 모든 사용인들에게 폭로당했을 때, 특히 세르반과 욘나에게는 나중에 엄청 혼났다.
 아마 오늘도 에드발드를 기다렸다간 날짜가 바뀔 거라는 말일 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쉬게 만들겠다는, 압력 같은 것을 세르반 이외의 사용인들에게서도 강하게 느꼈다.

"뭐 그래도 오르센 후작이 레이프 전하의 파벌에 들어간 것 같다는 건 이 청구서를 보면 이미 명백하다고 생각하니까, 이후엔 에드발드 님께서 어떻게 판단하시는 것뿐 아닐까요."

 일을 크게 벌려서 후작가 째로 단죄해버리느냐, 콘라드를 경유해 차기 후작인 요아킴에게 슬쩍 경고를 해서 현 후작에게 조용히 은퇴를 하게 만드느냐, 어느 쪽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후작가 째로 단죄를 해버리면 레이프 전하나 필버드 국왕에게도 알려져 버리기 때문에 에드발드가 함정에 빠지는 루트를 조금이라도 없애두고 싶은 나로서는,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참이지만 아무래도 그것을 강제할 수는 없다.

 적어도 세르반에게 그런 의사를 넌지시 내비치면서, 세르반과 다른 서류의 확인도 하면서 저녁 시간은 종료했다.
 
 그 다음은 옷을 갈아입느니, 목욕이니 시키는 대로 잘 준비를 하고 아직 21시쯤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순식간에 욘나에게 붙들려 침실로 끌려들어 갔다.

"레이나 님, 이쪽의 술을 시험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분명 오늘 밤은 느긋하게 쉬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욘나가 물병과 함께 가지고 온 것은 디캔터에 들어 있는 레드 와인에 과일이 떠있는──상그리아와 꼭 닮은 마실 것이었다.
 
 이 세계에서의 성인은 18세라고 해서, 일단은 나도 술을 마실 수 있는 연령이기는 하다.
 
"레이나 님께선 아직 술 자체를 드셔본 적이 없다고 들었기에 와인보다도 오렌지 주스 비율이, 기존 방식보다 비중이 많게 만들었습니다. 레시피 자체는 제 고향의 맛이기도 하고, 모두들 잠들지 못하는 밤에는 이걸 마시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부디 레이나 님께서도 시험해보셨으면 해서……."

"욘나의?"

"예. 왕도의 레스토랑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는 드문 과일 와인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헤에……."

 그건 그것대로 욘나의 출신 지방 활성화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런 것이라면 우선 맛을 보고 내일 아침 에드발드에게 말을 꺼내보는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럼 모처럼이니 마셔볼게요. 보기에도 무척이나 내 취향이니."

"예, 부디."

 응. 전에 대학 친구들과 마신 적이 있는, 논알콜 상그리아와 맛은 무척 닮았다.
 와인 맛의 여부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 종류의 과일이 떠있는 이 외견은 커다란 임팩트를 남길 수 있을 터이다.

"……욘나, 나 이거 꽤 좋아할지도."

"그건 다행입니다. 또 언제라도 주방에 만들게 할테니 오늘은 충분히 쉬어주십시오."

 결국 물보다도 상그리아를 더 많이 마셔버리고 아마도 처음으로 술로 가볍게 취한 것일 테지.
 
 적당한 시간에 욘나가 깨워줄 거라고 했으니 나는 안심하고 그대로 침대에 기어들어가 눈을 감았다.
 
*          *          *

(──무거워)

 밤을 샌 영향이 컸던 것일까, 꿈도 꾸지 않고 깊이 잠들어 있었을 텐데 갑자기 위에서 무언가에게 눌려는 것 같은 무게를 느끼고 무의식 중에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가위?)

 아니 그런 개념은 이 나라에는 없었을 터이다.
 단지 움직일 수가 없다는 이 상황을 표현하는데에 이 이상의 단어는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아마도 술이 다 빠지지 않은 거겠지.
 눈꺼풀도 무거워서 잘 뜰 수가 없었다.
 
"……윽."

 순간 뭔가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을 스친 느낌이 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나를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건지 그 감촉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되고──이윽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리게 된 시점에서, 그제야 지금 일어난 사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엣!? 잠깐 이거, 취해서 잠이 덜깬게 아니고…… 나…… 키스, 당하고 있는거야……?)

 누구에게.

 심한 현기증은 아마도 상그리아 비스무레한 것의 영향.
 혹시 나는 술이 그다지 강한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의식을 이어보려고 시도하는게 고작이고, 나는 "누군가"에게 당할 뿐이었다.
 
 입술이 귓가에서 어깻죽지로 내려가는 도중에 몇 번인가 이를 세운 것인지, 여러 번 벌레에게 쏘인 것 같은 작은 통증이 느껴지면서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레이나……."

"!"

 설마.

 이런 파괴력 넘치는, 바리톤 목소리. 
 
 소유주는 단 한 명뿐이다.
 
"미안하다…… 똑같히 미약에게 농락당할 거라면……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그대를 원한다……."

 미약!?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숨이, 뜨겁다.
 
 움직이지 못하는 내 전부를 파헤치려는 손도, 뜨겁다.
 
"레이나……."

 무엇보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나를 부르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무섭다.
 하지만 확인해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나는 현기증을 억눌러가며 어떻게든 한 번뿐이지만 실눈을 떴다.
 
"……!"

 ──그곳에는 에드발드・이데온의,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는, 내가 모르는 남성의 표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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