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23화 대책의 씨앗을 뿌려두자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감사합니다. 모두 제가 상상하고 있던 대로의 물건이네요. 영지로 돌아가시면 장인 여러분께도 제가 감사한다고 전해주실 수 있을까요."
책갈피를 손에 들고 이리저리 돌려보면서 나는 말했다.
디르크가 황급히 그 자리에서 머리를 숙인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장인들도 기뻐할거라 생각합니다."
"꽃을 놓는 위치에 따라서는 글씨를 쓸 자리가 없어져서 비실용적이 되어버리는데 그건 그것대로 테이블 매트 같은 다른 용도를 생각하면 될 테고, 예를 들어 장인마다 다른 고유의 디자인을 정해서 등록해둔다면 좋은 의미에서의 경쟁도 될 테니 더욱 세련될지도 모르겠네요."
눈을 부릅 뜬 디르크에게 혼잣말이랍니다?라고 웃어 보였다.
실제, 어느 공공 방송국의 직업 소개 방송이 된 것만 같은 전개같다는건 굳이 무시했다.
이미 목면지는 바렌트령의 누군가가 만들기 시작했을 테니 내가 이세계 치트를 벌인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조언했을 뿐이니까. 응.
아마도 이 사업을 궤도에 올릴 수만 있다면 디르크의 평가는 오를 것이다.
에드발드가 만약 망명 루트를 탄다 하더라도 공작령을 유지 가능할 가능성이 남는다.
마나는 아마도 수제 화지에 꽃잎을 섞은 것만 같은 이 종이를 마음에 들어할 테지.
특히 뭔가 귀여운 꽃을 모티브로 삼아〝성녀 브랜드〟적인 것을 만들어 유통시킨다면 적어도 디르크와 바렌트령에는 아무도 손을 댈 수 없게 될 것이다──국왕조차도.
빠르게 몰래 특허권의 신청과 성녀 브랜드의 설립, 일자전승의 형태로 기술을 숨기기까지, 해둬야 한다.
이곳저곳에서 다 만들 수 있게 되어버리면 순식간에 왕가나 다른 귀족들에게 모든 권리를 빼앗겨버릴 것이다.
그래서는 망명 후의 "고별 선물"이 되지 않는다.
분명 모든 것을 버리고 그저 도망치는 선택을 에드발드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럴바에야 조용히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그런 선택을 할 사람이다.
에드발드 한 사람이 안제스국에서 사라지더라도 괜찮을 거라고 그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디르크 님, 주인님께서는 『내일 오전 10시에 저택으로 왔으면 한다. 맡아둔 서류는 그때까지 읽어두겠다』고 하셨습니다만, 괜찮으실까요."
사무적인 세르반의 목소리에 나도 디르크도 각각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아아, 물론이지. 적어도 오전중에는 비워두라고 당주께서 말씀하셨으니 그렇게 해도 상관없다. 오늘내일은 남쪽의 내객관에 있을 예정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쪽으로 전하게."
왕도에는 공작가 소유의 내객관이 북쪽과 남쪽 변두리에 각각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영주가 거리에 있는 귀족을 대상으로 삼는 고급 숙소를 이용한다고 한다.
단지 굳이 왕도의 물가나 아랫마을의 실정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다… 라며 잠자리만을 원하는 영주도 일정수 있기에, 어느 정도 이용자는 있다고 한다.
디르크도 편하게 지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알겠습니다, 하며 머리를 숙이는 세르반에게 위엄 있게 끄덕인 디르크는 나를 향해서 왼손을 가슴에 댄다고 하는 높은 경의를 뜻하는 예를 취한 뒤, 빠르게 공작 저택을 빠져나갔다.
……자신의 급히 형태만 잡아둔〝커드시〟가 부끄럽다.
나이 차이도 거의 나지 않았을텐데.
성장 과정은 복잡해도 그도 에드발드 처럼 뿌리부터 귀족이었다는 것일 테지.
"에드발드 님과는 또 다른 품위가 있는 사람이군요……."
"……그런 것 같군요."
이복 형제시니까요, 하고 표정으로 세르반이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에 대해선 애매하게 웃어뒀다.
"그건 그렇고 레이나 님."
"아, 네 급히 떼웠다는 자각은 있으니, 지적이라면 달게 받을게요."
뭔가 말하려고 한 세르반에게 일단 빠르게 예방선을 펼쳤는데, 어째선지 쓴웃음만 돌아왔다.
"아뇨, 충분히 디르크 님과 대화로 주고받으셨으니까요.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저런 대화법은 주인님이나 디르크 님과 같은 말이 통하는 분들이 아니고는 통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니 상대에 따라 대화법은 바꾸시는 편이 나으실 겁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는 거죠."
"싫더라도 금방 알게 되실겁니다."
뭐 마나의 언니 생활을 오랫동안 한 것도 폼은 아니니까 어느 정도는 내성이 있겠지만 충고는 감사히 받아두도록 하자.
"아무튼 방금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게 아닙니다, 레이나 님. 오늘 밤은 죄송하지만 주인님의 귀가를 조금 늦어지더라도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에드발드 님의?"
"예. 원래대로라면 밤에 제가 개요를 보고드리고 내일 아침 식사 자리에서 레이나 님께 보충 설명을 받으려고 했습니다만, 적어도 그 꽃무늬 종이에 대해서 저로서는 레이나 님께서 무엇을 의도하고 계신건지 설명드리기 어려우니, 내일 아침만으로는 설명할 시간이 부족할거라 생각합니다."
"아…… 나, 에드발드 님이나 세르반에게는 『시험 삼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은게 있으니까 편지를 쓰고 싶다』라고만 말했었구나……."
세르반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에, 책갈피라던가 편지지라던가 그렇게 이상한 물건은 부탁하지 않았을텐데.
"그러니까… 뭐가 잘못된 걸까요? 에드발드 님께 폐가 될만한 물건이, 있었던가요?"
"…물건 자체는 확실히 드물지 않습니다만, 원재료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디르크 님께선 종이로써의 유용성을 주인님께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걸 레이나 님께서 그 이상의 가치를 더해서 제시하셨죠. 잘못하면 바렌트령이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가 되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토지에만 있는 것.
영지의 발전에는 없어서는 안 되겠지만 위에 서는 인간의 기량에 따라서는, 이권을 노리는 집단에게 먹혀버린다.
세르반의 걱정은 당연하다.
그렇다기 보다 그걸 눈치채는 점에서 세르반 역시 평범한 가령이 아니다.
"아아… 그래도 세르반, 이데온 공략령은 에드발드 님 혼자서 너무 여러 가지를 짊어지고 계시지 않나요?"
일부러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면서 내가 그렇게 물었더니 세르반이 눈을 깜빡인다.
"에드발드 님께선 분명 우수한 분이시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요? 톱-다운 체제는 만에 하나 윗사람이 없어지게 되면 돌이킬 수 없어지니까요. 지금부터라도 후계자든 대행자든 육성해두는게 좋을 거예요."
망명의 가능성이 있으니까, 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금 이데온 공작령이 에드발드 한 사람에게 의지하고 있는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레이나 님께선… 디르크 님에게는 그 적성이 있으시다, 고?"
"바렌트 경은 지금은 개발쪽에 보다 이해가 깊을지도 모르지만… 저 행동거지만 보면 머리 회전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뭔가… 생각이 있으신가 보군요."
"일단은요. 그러니까 에드발드 님을 기다리고 있는건 찬성이에요. 밤에 평소대로 서고에 있을 테니 에드발드 님께서 돌아오시면 세르반이 타이밍이 괜찮다고 생각했을 때 부르러 와요."
알겠습니다──하고 뭔가에 감격했다는듯 세르반이 머리를 숙였다.
그렇게까지 에드발드 님을… 하고 중얼거리는 것도 들린다.
…나 혹시 뭔가 이상한 스위치를 누른걸까.
kakuyomu.jp/works/168164104139160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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