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5화 내숭은 가출했습니다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그래서 뭘 묻고 싶은거지."
에드발드・이데온 재상 각하의 목소리는 명백하게 기분이 나쁜 것처럼 들린다.
단지 내가 플레이한〝스오우 전기〟에서도 그는 처음부터 과묵한 캐릭터로 여성에게 잔뜩 어필을 하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그런 부분은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의 마음에 드는 루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외견을 꾸미거나 달달한 시츄에이션으로 꼬시는 게 아니라, 그에게 "나라를 위한 무언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보편적인 여성향 게임 애호가들에게 있어서 가장 공략 난도가 높은 캐릭터라고도 불렸다.
그에 더해 필버드・안제스 국왕이라고 하는 사람도 왕자님을 그대로 표현한 용모에 친근함은 있지만 내면은 가학성이 높은 극도의 사디스트로 마음에 들게 되면 납치감금 엔딩에 골인… 인 캐릭터로 취급되며 그런 주종이 있는 안제스 측에서 게임을 시작하려는 인간 따위는 당시부터 거의 없었다.
나 또한 안제스 세력에서 게임을 시작한건 마지막이었다.
동생 앞에서는 수험 때문에 손도 못댔다고 둘러댔지만 실제로는 전체적으로〝스오우 전기〟는 대학 입학 후에 자취 중에 플레이했다.
순수하게 시뮬레이션 게임으로서 재밌었던 것도 있고 두뇌 운동으로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걸 그 자리에서 떠들 생각은 없었을 뿐이다.
섣불리 말해서 책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무난한 부분부터 물어보자.
"…애초에 어째서〝문의 수호자〟가 이 세계 외부에서 불렸고 거기에 저까지 추가된 건가요."
에드발드는 살짝 눈썹을 모으고 있다.
말투나 태도로 보아 짐작이 가는 게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실제로 말하는 건 별개다.
지극히 이성적인 재상각하라고 생각한다.
"…선대가 살해당했다. 따라서 급히 새로운 수호자를 내세울 필요가 있었고 해당자의 수색 범위를 나라 바깥까지 넓힌 결과, 반응이 있던 게 세계의 외부였을 뿐이다."
"……그렇군요."
"원래대로라면 그걸로 끝이었겠지만 당대〝문의 수호자〟로서 부르고 보니 충분한 건 마력뿐. 문의 유지 자체는 손을 대면 멋대로 마력을 빨아들여 변환하는 술식이니, 확실히 정기적인 점검 외에 무리해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왕도 무리하게 불러들였기에 구태여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고. 그렇지만 그것이 매일 왕의 곁에서 아양을 떨기만 해도 좋다는 소리는 아니지."
"아……."
나는 멋쩍은듯이 에드발드에게서 눈을 돌리고 오른손 검지로 볼을 긁었다.
방금 전의 달려가서 가슴팍에 뛰어드는 머리가 꽃밭으로 가득한 그건가.
"조금은 이 나라의 일이나 주변국의 사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유괴나 살해의 위험이 따르지. 지킬 의무가 이쪽에 있다고 하면 그걸로 끝일지도 모르겠지만,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간에는 리스크 차이가 너무 크다."
"앞서 말해두겠습니다만, 본인은 무자각에 무의식으로 하는 행동이에요.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할지, 질이 나쁘다고 생각할지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요. 덧붙여서 싫어하는 단어는〝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부담을 대신 짊어줄 대상이 있었으니, 더더 욱요."
이 사람은 방금전까지 있던 방에서 내 태도가 완전히 냉랭했던 것을 보고 있었기에 이제 와서 고친다고 해도 소용없을 테니 내숭은 내려놓고 본심을 말했다.
물론 부담을 대신 짊어줄 대상이라는건 나를 가리킨다.
"어짜피 말했겠지요. …『자기한텐 쌍둥이 언니가 있다. 나라에서 제일 좋은 학교에 합격할 정도니까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분명 채워줄 것이다. 단 둘 뿐인 자매니까 분명 자신을 지탱해줄 것이다』──라면서."
"………윽."
아니나다를까 똑똑하신 재상 각하는 내 비아냥을 눈치채고 한순간 움찔거렸다.
그때 겨우 시몬・로베르트 재상부관이 커피를 들고 옆 방에서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식기 전에 먼저 드십시오. 성녀 마나는 홍차를 더 좋아하시던 것 같지만, 커피도 때때로 즐기시므로 사시던 나라와 맛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불편한 분위기를 눈치챈건지, 채지 못한 건지 커피와 밀크 포트, 설탕 단지… 로 추정되는 물건을 두고 곧바로 방의 구석으로 이동했다.
에드발드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했는지 아무 말없이 커피 컵을 집어 든다.
아무래도 그는 블랙파인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나도 커피 컵으로 손을 뻗었는데 순간 찌릿하고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든 긴장감이 방에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레이나 공?"
뭘까.
본가와 똑같은 분위기.
내 의견 같은건 필요로 하지 않는 마나를 위해 베푸는 것이 당연하다는──분위기 파악을 하라고 냉랭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부모가 있던 그 집안의 분위기와 같다.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무렇지 않다는듯 그대로 컵을 입에 대자, 확실히 에드발드, 시몬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레이나 공은 우유도 설탕도 넣지 않으시나요? 성녀 마나는 항상 모두 듬뿍 넣으십니다만."
"쌍둥이라고 해서 기호까지 같지는 않답니다. 그렇다고 하기보다는 산지나 만들어 주시는 분의 실력에 따라서 맛이 바뀌는 법이니까요. 매번 똑같이 섞어버려선 본래의 맛조차도 애매해지겠죠. 생산자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는 의미에서도 전 처음은 반드시 블랙으로 마시고 있어요. 그다음에 필요하다면 우유도 설탕도 적당히 추가하지만요."
"……그럼 맛은 어떠신지요?"
으음….
재상부관, 연기가 서투르구만….
나는 아직 컵을 입에 대기만 했을뿐 내용물은 마시지 않았다.
"그렇네요……."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차려진 음료를 바로 마셔버리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마나도 아니고.
이 사람들은 내 머릿속이 꽃밭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걸까.
"로베르트씨."
나는 에드발드뿐만이 아니라 그에게도 여러 가지로 내숭을 떠는 걸 포기했다.
나에게 있어 "마나가 ○○했었으니까."라고 말하는건 역린이라고 그도 이해하는 게 좋을 것이다.
"시몬, 으로도 괜찮습니다. 성녀 마나도 그렇게 저를 불러주시니까요."
"그런가요."
내가 생각해도 대답하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냉랭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실제로 커피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나는 왼손으로 설탕 단지의 뚜껑을 열고선 거기에 커피를 왈칵 부어 넣었다.
"레…, 레이나 공!?"
커피를 다 부어넣고서 탁하고 손을 떼니 당연하게도 그건 밑으로 낙하하여──도자기로 이루어진 밀크 포트 위로 떨어졌다.
"───!"
"죄송해요. 살짝 현기증이 나서 손이 미끄러지고 말았네요."
산산히 부서진 커피 컵과 밀크 포트를 보지도 않고 나는 싱긋하고 에드발드를 향해 웃었다.
응, 내가 호구로 보였다면 후회할거라고?
kakuyomu.jp/works/168164104139160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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