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6화 살벌한 티타임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에드발드는 내 눈 앞에서 커피를 마셨다.
그렇다면 컵을 잘못 집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우유나 설탕 쪽에 뭔가를 해뒀을 거라고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
내가 안제스국에 대한 것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건지 털어놓게 만들고 싶다면 "자백제"를 쓸 테고 이것저것 설명하기 싫다면 우선 잠재워서 다른 방에 박아두려… 한다면 사용하는 건 "수면제"다.
실제로 간첩 의혹이 있는 수상한 인물을 어떻게 취급하는가와 같은 선택지는〝스오우 전기〟속에도 있으며 이 나라의 국왕과 재상도 그러한 일을 실행함에 있어 주저할만한 위인은 아닐 것이다.
내가 아무 것도 모르지는 않다고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잠들어있는 사이에 마나의 방으로 옮겨진다던가 마음속에 쌓아두고 있는 동생이나 가족을 향한 울분을 여기서 떠들어댄다던가 하는 편이 훨씬 더 곤란하다.
"아, 더는 괜찮으니 신경쓰지 말아 주세요. 나중에 정리해 주시는 시녀분이든 집사분께는 사과하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막 움직이려 하는 시몬을 견제해둔다.
"………."
컵을 잔받침에 놓으면서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에드발드의 눈은 틀림없이 굳어있다.
"여동생하고 둘이서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건 사양이라는, 건가?"
"당연하죠."
"───"
말꼬리를 잡을 기세로 단언한 탓인지 에드발드 뿐만이 아니라 시몬도 숨을 멈춘 것 같았다.
"저희 세상의 남성들은 굵은 웨이브 퍼머에 자칭 내추럴 메이크를 하고 살짝 고개를 기울이고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부탁』을 하는 동생에게 손쉽게 낚이는 것 같던데, 그건 이 세계에서도 아무래도 똑같은 것 같네요."
흥! 하는 마음의 소리는 표정에서도 바로 드러났을 것이다.
명백히 낚이지 않았을 에드발드에게 말하는 건 물론 비꼼이다.
단 둘 뿐인 자매가 서로 돕는다──그런 미사여구를 가장 믿지 않는 것이 에드발드 본인일 테니까.
"그『부탁』으로 모든걸 착취당하는 쪽의 기분 같은 건 아무도 생각 않죠. 도와? 서로를? 태어나서 이래저래 19년 동안 도와준 적은 셀 수 없을 정도지만 도움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답니다. 네, 한 번도! 시시한 일반론으로 설득하려고 하시는 게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재상 각하의 방식인가요?"
"……윽."
"아마도 저는 나름대로 이 나라나 주변 여러 나라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합니다만, 그건 낡은 것일지도 모르고 잘못 전해지는 지식도 있을지도 몰라요. 저에겐 동생처럼〝문의 수호자〟같은 절대적인 철밥통인 것도 아니니 생활비를 대신해서 지식과 두뇌를 바치라고 말하면야 그건 어쩔 수 없으니 각오하고 있어요. 단, 그건 무상으로 동생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과 같은 뜻이 아니니까 그 점은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철밥통."
"그도 그럴게 지금 바로 원래 있던 장소로 돌려보내 달라고 하면 그게 능력적으로 가능할까요?"
이세계 전이물에 있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는 게 가능할 확률은 매우 드물다.
보통은 소환하는 것만으로 마력을 다 써버리고 회복을 한다 쳐도 좌표나 기후 조건도 두 번 다시 겹치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로 소환자는 유괴나 마찬가지로 새로운 땅에 얽매이게 된다.
나도 반쯤 포기한 상태로 물어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에드발드도 시몬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게 대답이다.
"돌려보내지 못하죠. 그럴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뭘 하든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돈을 벌 수단이 필요하잖아요.〝성녀의 언니〟라는 거창한 칭호뿐이지 내용물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럴듯한 직함을 받았다고 기뻐할 정도로 머릿속이 꽃밭이진 않답니다. 성녀의 언니라고 조금 떠받들고 의식주도 적당히 보증해두면, 쫄래쫄래 동생한테 협력할 거라고 생각했나요?"
비꼬듯이 말을 하니 에드발드는 그렇다 쳐도 시몬의 시선이 흔들리고 있다.
본래 성격은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감정을 감추지 못하는 부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감옥에 갇히는 것과 같은 생활따위 사양이에요. 그럴 바에야 지금 바로 이 나라를 떠나 기렌국에라도 가서 일자리를 구하겠어요. 이 지식과 새로운 당대〝문의 수호자〟에 관한 정보가 있다면 어느 정도는 비싸게 사 줄 테니 까요."
내 게임 지식이 올바르다면 기렌국은 대대로 황제가 영토확대에 상당히 탐욕적이고 안제스국 입장에서 보면 가장 상대하기 싫은 나라일 터이다.
거기에 분명 기렌국의 황족과 이 에드발드・이데온 사이에는 연줄이 있었을 것이다.
말하면서도 나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검지로 누르고 있으니 에드발드의 한쪽 눈썹이 약간 움직였다.
"……자매 사이가 이정도까지 뒤틀려 있을 줄은 몰랐군."
"딱히 뒤틀리거나 하지 않거든요. 동생에게 있어 저는 자기를 꾸미는데 편리한 장식 취급이고 저한테는 이젠 얼굴이 무척 닮은 생판 남이니까요. 대놓고 싸움을 한 적도 한 번도 없고 말이죠. 뭐 대부분 동생 쪽 사정에 맞게 생각하죠. 자기 형제나 왕족 형제들을 보면 반드시 모든 형제자매의 사이가 좋을 거라는 건 환상일 뿐이라고 바로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아, 하고 나는 겸사겸사 확인사살까지 했다.
아무래도 이 자타공인 유능하다고 여겨지는 젊은 재상에게는 나도 말 수가 많아져 버리는 것같다.
말로 이기고 싶다고 생각해버리는건 나쁜 버릇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 이상 동생에게 관련되는게 귀찮아서 깊게 생각지도 않고 저한테 완전히 맡겨버리려고 하신 게 아닌가요? 평소대로라면 좀 더 여러모로 조사를 한다거나 했겠죠. 그래 봐자 여자라고 뭉뚱그려서 처리하려고 한 결과는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받아주셨으면 하네요."
에드발드의 눈이 점점 험악해져 가고 시몬은 아예 낯빛이 바뀌었지만 내가 알 바인가.
본가에서 받았던 차가운 시선에 버티면서 자라온 근성을 얕보여서는 곤란하다.
그저 이 이상은 내 입장만 불리해질 뿐이니 이야기를 원래대로 돌려놓자.
"어느 쪽이든 지금은 무일푼이니 제가 가진 지식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서 안제스국에 유리한 상황을 찾는 것 정도라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네요… 문관으로서 고용해주신다면 감사하려나요. 혹은 경리 지식도 있으니 어딘가의 상위 귀족의 행정 보좌라도 상관없어요. 동생의 보좌만은 절대로 거부할 겁니다. 요약하면 국정을 보좌 가능하다면 뭐든 괜찮잖아요?"
대학교 재학 중에 국가공무원 시험Ⅰ종 돌파를 노리던 인간을 바보 취급해선 안된다.
전국 근무도 가능한 관료가 되어, 졸업 후에도 본격적으로 본가와는 거리를 둘 생각이었으니까 어느 정도 준비는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도전적인 시선을 에드발드는 잠시 입을 다문채로 바라보았다.
kakuyomu.jp/works/16816410413916001302
'─── 번 역 ─── > 성녀의 언니~ (하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8화 목은 필요 없어요 (0) | 2021.03.24 |
---|---|
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7화 한 대 쳐도 괜찮을까요 (0) | 2021.03.24 |
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5화 내숭은 가출했습니다 (0) | 2021.03.24 |
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4화 최악의 첫 인상 (0) | 2021.03.24 |
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3화 책임자 나오세요 (0) | 2021.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