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48화 이 길은 어디로 향하나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서재에서의 이야기를 마치고 침실로 향하는 도중에 욘나에게 그 "상그리아 비스무레한 것"이 마시고 싶다고 말했더니, 무척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또 만들어 준다고 말했으면서… 하고 가볍게 졸라보니, 생각한 끝에 내온 것이 내가 어레인지를 제안했던 "논알코올" 버전.
별로 납득이 가질 않지만, 어쩔 수 없겠지.
만들어진 그것은 베란다의 철제 테이블 위에 놓였다.
일본하고 달리 네온사인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밤하늘은 베란다에서 올려다보아도 상쾌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욘나가 방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 철제 의자 위에 양 무릎을 껴안고──이른바 "체육 앉기"상태가 된 나는 당분간, 아무런 생각 없이 별이 떠있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알고 있는 별자리에 맞는 것이 무엇 하나 없었다.
이곳이 이세계라고 이런 곳에서 실감을 하게 된다.
촉촉하게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저번에는 일본 제일의 대학에 입학해서 재학 중에 국가 공무원 Ⅰ종 시험을 돌파 한 뒤에 본가와 여동생에게서 완전히 독립을 한다는, 앞을 내다본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지금은──아직 여동생과 관련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기본적인 생각밖에 없다.
이 세상이 원하던 것은, 마나.
여기서도 역시 나는 "덤"이다.
공작 저택에서 이래저래 참견을 한 것은, 그저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적어도 나를 데려온 재상 각하에게 만은 나를 "덤"인 언니라고 생각되고 싶지 않은 내 고집이다.
아마도 지금은, 에드발드의 죄책감이라는 이름의 상처에 소금을 바르고 있는 셈인 내가 더 죄가 깊다.
그를 죽지 않게 하는 것.
지금 나에게는 그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힘드네……."
장래의 목표는 아직 잃어버린 상태이다.
발밑도 눈 앞조차도 애매한 상태다.
"──레이나."
"……!"
바람에 타듯 들려온 바리톤 목소리에, 황급히 양손의 검지로 눈물을 훔친다.
목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향하니 옆방의 베란다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에드발드의 모습이 보였다.
"아… 어쩐 일이신가요, 에드발드 님? 잠이 오지 않는다… 같은 이유신가요?"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만."
철제 테이블 위의 "상그리아 비스무레한 것"에 시선을 보내는 에드발드에게 나는 일단 웃었다.
"아, 이건 『술이 빠진』버전이에요. 욘나가 이것만 허가해줬거든요. 어… 매너에 어긋나게 앉아있는건 한밤중의 꿈이라고 생각하시고 눈 감아 주세요. 안정되거든요."
체육 앉기 같은건 태생부터 고위 귀족인 에드발드에게는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이미 얼버무리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뻔뻔해지기로 했다.
"한밤중의 꿈……인가. 그렇다면 내가 지금부터 그쪽으로 가는 것도 용서받을 수 있겠군."
"에?"
그렇게 중얼거린 에드발드는 무려 베란다를 뛰어넘어서 이쪽으로 넘어왔다.
아니아니, 공작이잖아요!? 재상 각하잖아요!?
"잠깐… 뭐하고 계신 거예요!?"
"나도 어렸을 때에는 근처에 있는 나무에도 오르는 등, 평범한 아이다운 일은 한 번쯤은 해봤거든. 이 정도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이것도 한밤중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세르반에게 고자질하지만 않는다면 괜찮겠지. 나도 그대의 그 모습에 대해서는 욘나에게 말하지 않도록 하지."
"바……반론할 수 없어……."
말이 막힌 내 바로 옆까지 걸어온 에드발드는 그대로 오른손을 스윽하고 뻗더니 내 눈에서 흘러 떨어지고 있던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이걸 못본척하는건 불가능하다."
"……윽."
화악하고 내 볼이 빨개진다.
안된다. 울어서 동정을 유발한다고 생각되는 건, 가장 내가 바라지 않는 일이다.
"이… 건… 잊어주세… 요……."
〝나는 마나와는 다르니까〟
필사적으로 그렇게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어떻게든 미소를 유지해보려고 한다.
"세르반에게 들었다. 파르코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대는 지금에라도 쓰러질 것만 같이 안색이 새파랬다, 고. 그대 자신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그대의 나라에서 발생한 역사 속에 있는 사건이었기에, 쉽게 추체험을 해버린 것이겠지. 그저 동정심을 품은 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파르코의 마음은 움직였지만 그대를 아르노슈트령의 어둠에도 휘말리게 만들어 버렸다. 나는 그대에게 적어도 걱정 없이 온화한 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의 일만을 강요해버리고 있는 셈이군."
에드발드의 손이 내 뺨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제가 좋아서 그렇게 하고 있는 거다──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질 않는다.
다시 쓰려고 하는 "거짓된 미소"를 에드발드는 벗기려고 하고 있다.
"그대는 소환 후에 모든 불합리함을 받아들이고 단 한 사람 나에게 풀었지. 울지 않음으로써 그 죄를 자각시켰고. 그렇다면──그대가 울고 싶어졌을 때에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것도 단 한 사람, 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에는 『여성은 상황이 나빠지면 바로 울어버린다』고 욕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대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소리다. 그대에게는 울 권리가 있다. 그대는 그걸 행사해도 좋다. 나에게만은 그걸 풀어도 좋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고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단언하지."
"……윽."
크게 눈을 뜬 나에게 에드발드는 "일어서라"라고 말했다.
시키는대로 얌전히 일어선 순간, 나는 에드발드에게 안겨지고, 눌려버릴 것만 같았다.
"에드발드 님…!?"
"이러면 내 얼굴도 보이지 않을 테지. ──만족할 때까지 울어도 좋다."
"저는…."
"몇 번이고 말하겠다. ──우는 것이 "비겁"한 일이 아니다. 그대는 그걸 나에게 풀어도 괜찮다."
귓가에서 속삭여진 말에, 마침내 내 "인내력"이 한계를 넘었다.
"어째…서…."
"아아."
"어째서 저를 부른 건가요!? 이곳에 와서까지 내가 여동생의 대체품이라니 그런 비참한 심정은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어째서…."
"레이나……."
"아무나〝나〟를 봐줘요! 마나가 아닌 내가 필요하다고, 누가 좀 말해줘요! 나는 나를 인정해줬으면 했는데! 그러니까 소환한 당신의 후회와 죄책감에 호소하는 것 같은 비겁한 방법까지 썼는데! 나는──공작 저택에 언제까지고 있어도 괜찮은 인간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런 성인군자가 아니에요──.
눈물이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토해내니 나를 껴안고 있는 에드발드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건 틀리다…! 하고 귓가에서 씁쓸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분명 소환 직후에는 후회도 죄책감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마술이 발전하고 앞으로 그대를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되더라도──나는 그것을 그대에게는 알리지 않겠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그대를 돌려보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마술의 발전을 알 수 있는 입장이더라도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하겠다. …레이나, 어느 쪽이 더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돌아갈 수 있나요……?"
"지금은 무리다. 하지만 미래에도 그렇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돌아갈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돌려보내지 않겠다──.
귓가에서 속삭이는 목소리가 한층 더 열기를 품었다.
눈물조차도 그치게 만들어 버리는 그런 열기였다.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얼굴을 들어버렸다.
에드발드의 목소리가 그것을 바라고 있다고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도──지금은 그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에드발드의 단정한 얼굴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나에게서는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내 입술을 막아버린다.
"……윽."
호흡이 괴로워져서 몇 번이고 도망치려고 하면 그럴 때마다 쫒아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입맞춤을 반복하는 사이에 내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간신히 에드발드에게 지지를 받으면서 올려다보니 굉장히 색기로 가득 찬 표정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이걸로 침실에서 잘 수 있겠지? 나도 지금은 이 이상 할 생각은 없다. 세르반과 욘나에게 살해당할테니 말이지."
입을 다문채 안색을 바꾼 나에게 에드발드도 쓰게 웃었지만 그건 한순간이었다.
"내일 아침 아르노슈트 백작이 온다. 하지만 시간이 확실하지 않은 만큼, 내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쉬어라. ──부탁하지."
나는 그냥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kakuyomu.jp/works/168164104139160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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