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언니지만 국외로 도망갑니다!
~동생의 뒷바라지를 할 바에야 속이 검은 재상님과 도망치겠어!~
[오르센령 Side] 요아킴의 선망
쌍둥이 여동생만을 우선시하는 가족으로부터 떠나 대학으로 진학,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취를 시작한 여대생・소가와 레이나(十河怜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세계로 소환당했다.
소환시킨 건 쌍둥이 여동생인 마나(舞菜)로 소환당한 곳은 여성향 게임 "스오우 전기(蘇芳戦記)"속 세계.
나라 사이를 잇는 "전이문"을 수호하는 "성녀"로서 마나는 소환당했지만 수호 마력은 그렇다 쳐도 성녀로서 국내 귀족이나 각국의 상층부와 사교를 나눌 수 있을만한 스킬도 지식도 없고, 또한 그걸 얻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에 있을 때처럼 자신의 대리(스페어)로서 레이나를 같은 세계로 소환시킨 것이다.
여동생의 뒷바라지는 이제 사양이야──.
모든 것에 있어 여동생 우선이었던 생활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또다시 여동생의 뒷바라지라니,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재상 각하, 저와 함께 도망쳐요."
내심 격노하고 있던 레이나는 일본에서처럼 이곳에서도 여동생의 마수에서 도망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성녀의 언니란 말이지……."
왕도의 공작가 저택에서 오르센 후작령에 있는 본 저택으로 돌아온 나는, 로비 응접 소파에 단정치 못하게 몸을 파묻고 한숨 돌린 뒤에, 문득 시선을 먼 곳으로 향했다.
2살 연하라고는 여겨지지 않는 철벽의 무표정을 자랑하던, 지나칠 정도로 유능할 정도였던 사촌의 마음을 저 정도로 끌어당긴 여성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응접 테이블 위에는 그 "언니"에게 받은 과일 와인(가칭)을 영지의 제2의 특산물로 삼아야한다는 근거를 포함한 "제안서"가 놓여있다.
"있잖니, 요아킴! 갑자기 『별가의 주민』을 둘 씩이나 영지에 데려오지 말아 줄래!? 밥벌레를 둘이나 놔둘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영지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니!?"
소파에 옆으로 누워있는 나도 어지간하지만 노크도 없이 안에 들어온 분도, 아마 비슷한 부류다.
오르센 후작 부인 브렌다.
영주 부인인 동시에, 정실이며… 나의 친어머니다.
완전히 정략결혼으로 나라에 5개 있는 공작가 중 하나, 스벤테 공작령의 후작가로부터 데릴사위로 들어온 아버지는 내가 태어난 것으로 의무는 다했다고 말하듯이 왕도에 있는 "별가"에서 어디의 누군지도 모를 자작 영애를 측실로 삼아 그곳에 틀어박혔다.
철이 들었을 무렵에는, 이미 "누가 영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인지"를 깨닫고 있었던 나는 일반적인 "가족다운 교류"를 그 시점에서 거의 포기했다.
결혼에 꿈도 꾸지 못한 것 또한 아마도, 분명 내 탓이 아니다.
"이번엔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저 두 사람이 저지른 짓, 이것저것을 듣고 나서 『근신시키겠습니다』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매년 소속 영주인 이데온 공작가 당주 에드발드・이데온에게 돌격할 정도였다면 내버려 둬도 괜찮았겠지만 출처가 불분명한 옷을 받은 데다가 심지어 왕궁내에서 미약을 쓰기까지.
정말로 달리 말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없을거라고, 말하고 싶다.
조건반사적으로 외친 나에게, 어머니도 크게 한숨을 쉬고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렇구나… 너도 짧은 시간에 공작님 저택을 왕복해서 피곤할테지……."
일단은 그것을 신호로 전속 시종인 그레이겔・더리먼에게 명령해서 예의〝과일 와인〟을 레시피대로 주방에서 만들게 해둔 것을, 나는 어머니 앞에 가져오게 했다.
"그 공작님이 주신 『작은 선물』입니다, 어머니."
"……뭐니 이거, 와인에 과일을 띄운거니?"
"오렌지 주스도 조금 들어갔다던데. 우리 영지 아래에 있는 베일이라는 마을의 오리지널 레시피라고 하더라."
설명을 하면서 디캔터에서 한 잔만큼의 와인과 과일을 떠낸 나는 그것을 어머니에게 내밀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맛이 괜찮구나."
"그걸로 특허를 따라, 는게 공작님으로부터의 전언. 그 밖에도 바리에이션이 여럿 있다네. 잘만 하면 직할령의 오리지널 와인을 뛰어넘을만한 매상도 올릴 수 있지 않겠나…라고 하더라. 아, 자세한건 이쪽 서류에."
그렇게 말하며 성녀의 언니가 쓴 서류를 내가 내미니, 어머니는 와인잔을 한 손에 들고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머~…? 이거 잘만하면 다음 수확기에는 네가 직할령의 권리도 얻고 정식 영주가 될 수도 있겠는걸~……?"
당주 직할령의 와인에 관해서는 모든 권리가 당주 한사람에게 돌아가는, 약간 특수한 형태이다.
현시점에서는 저 아버지에게 그 권리가 있으며 아버지는 그 권리의 대부분을 왕도에서 마음껏 쓰고 있다.
직할령의 권리를 모두 양도하던가, 직할령의 와인 이상의 가치를 직할령 외에서 낼 수 있다면 아마도 영주가 교대한다고 한들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이 레시피에는 그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거라고 나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판단한 것이다.
"어머니가 보기에 그 제안서는 어때? 탁상공론 같이는 보이지 않아?"
"보이지 않는구나. 어디까지나 베일 마을의 레시피를 메인으로 삼으면서 바리에이션을 바꾸는 것으로 주변 마을에도 특허권을 줘서 쓸데없는 알력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는 거잖니? 그릇이나 내용물로써, 과일 농가에도 타당한 이익 분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굳이 꼽자면 설정된 가격이 왕도 기준인 것 같으니 그것만은 각 마을의 책임자와 상담하면서 정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정도일까."
선대 오르센 후작의 외동딸로서 영지 행정의 모든 것을 배운 어머니의 분석력은 확실하다.
여자가 정치 같은걸… 이라는 목소리를 나는 왕도에서 몇 번이고 들었지만 어머니를 보고 있자면 그건 잘못된 가치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 서류를 작성한 것 역시──.
"있잖니 요아킴, 이 서류는 공작님께서 쓰신게 아니겠지. 그분은 우리와는 다르게 대필 같은건 쓰지 않으시는 분이시니. 누군가 제안한 것을 공작님께서 허가하셨다… 라는 느낌인 것 같은데?"
"……역시 어머니. 그걸 쓴건 현 성녀님의 언니분이야."
내 말에 어머니는 잠깐 시선을 허공에 두었다.
"그러고보니〝문의 수호자〟가 막 교대했다고 들었었지……. 그 언니분도 왕궁에 계시니?"
"원래는 폐하의 명령으로 성녀님의 보좌를 맡기려고 초청받았는데 이국에서 오신 분이니 이 나라에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교육을…이라는 명분으로 공작 저택에서 집중 교육을 받고 있었다는 것 같더라."
"그렇구나. 공작님은 재상이기도 하시니, 굳이 폐하가 아니시더라도 재상을 책임자로 임명하셨겠지."
"뭐 계기는 그런거지만. 아무래도 그 언니분 원래 있던 나라에서 정점에 서있는 교육기관에 재적하고 정치와 연관된 일을 목표로 삼고 있어서 기초지식이 엄청나다던걸. 그리고 지금 어머니가 들고 있는 그 서류도 방금 말한 그녀가 혼자서 생각해서 작성한 걸작."
그렇게 말하며 내가 새삼 서류를 가리키니 어머니가 짧게 숨을 삼켰다.
"아마 그녀는 내일부터라도 이 영지에서 어머니와 똑같이 일할 수 있을걸."
"……어머 어머 어머."
중얼거리는 어머니의 입꼬리가 곱게 올라간다.
그건 영지의 통치자로서의 표정이다.
"요아킴, 그 아가씨는 몇 살이니?"
"우왓, 물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19살이라고 듣기야 했지만 안돼, 이미 공작님이 완전히 업무를 핑계로 열중하고 있으니까. 듣자하니 그녀는 바렌트령 분들한테도 뭔가 조언을 해서 디르크의 마음에도 들었다는 것 같지만 공작님이 편드는걸 허락하질 않으니까 말야. 무리무리!"
"공작님께서?"
"그래! 딱히 툴라가 공작님을 어떻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그 모습을 보면 이젠 아무도 공작님 마음에는 들지 못할 테고, 아무도 그녀에게 손대지 못할 거라고!"
나참, 바보같은 이복 여동생이 미약을 쓴 탓인지 키스 마크가 확실하게 보일 정도로, 안아들지 않으면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침까지 한다니, 철벽 무표정이 기본인 사촌동생이 할 짓으로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에에? 모처럼 요아킴의 신부를 얻을 기회를 우리 바보 딸이 없앤거니?"
"신부라고 하지마! 그야 살짝, 머리에 든게 없는 것도 아닌 귀중한 아가씨가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공작님은 아마도 나 이상으로 결혼 사정이 안좋을테니 이건 이대로 괜찮다고!"
재상이며 공작이기도 한 에드발드・이데온의 결혼이 거의 가시밭길로 변할 거라는 것은, 사촌 형으로서 나에게도 계속 보였다.
그런 그가 손에 넣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성을 발견했다면 그건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만약… 만약의 이야기지만 추후에 에드발드 님께서 왕궁의 권력 다툼에 휘말리셔서 궁지에 몰리시는 일이 발생한다면 디르크・바렌트 경과 힘을 모아 이데온 공작령을 유지해주실 수 있을까요. 바렌트령과 오르센령에는 그것을 가능케할 자원을 넘겼다고 생각하니까요〟
꽤나 구체적인 가정이라는게 신경쓰이지만 그런 식으로 그를 배려하는 여성은, 달리 없을 테지.
"나로는 그녀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어머니. 유감스럽지만 말야."
언젠가 나에게도 그런 여성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하지만.
kakuyomu.jp/works/1681641041391600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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